“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다.”

성경 이야기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다.”

2026년 2월 8일 | 연중 제5주일

2026. 0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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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 부르십니다. 그러나 소금과 빛은 스스로를 드러낼 때가 아니라, 녹아 없어지고 타들어 갈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합니다. 이 묵상은 공동체 안에서 누가 해야 하는가를 묻기보다, ‘내가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 복음 속 예수님께서는 소금과 빛에 대해 이야기하십니다. 소금과 빛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소금과 빛은 자신을 녹이거나 태우지 않으면 절대로 주변에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영향을 주었다고 해도 깊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국에 들어간 소금, 작은 방을 훤히 비추는 촛불, 타들어 가는 파라핀. 이 모든 것을 따로 찾아볼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티가 나지 않지만 자신을 온전히 희생하여 주변을 변화시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마태 5,13-16)

 

예수님의 심오한 말씀을 알아들은 제자들이 있었을까요? 저는 이 복음을 처음 접했을 때, 제자들이 결코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19년의 경험이 저의 생각을 바꿔 놓았습니다.

 

2019년 당시 저는 성북동에 있는 피정의 집 원장직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5명의 형제와 함께 살았습니다. 피정의 집은 피정 동반 외에도 다양한 역할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 식사 당번, 계단 청소, 쓰레기 분리수거 담당 등, 피정 동반 사도직과 더불어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 공간을 잘 관리해야 했습니다.

 

처음 몇 달간은 생활은 모든 게 순조롭게 잘 지켜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사도직이 과중되고, 개인적인 일들이 쌓이면서 각자 맡은 역할들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수도원장이었던 저는 참지 못하고 가족 회의 시간에 잔소리를 늘어놓게 되었습니다.

 

사도직을 통해 하느님 나라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 개인적인 일을 통해 학문을 넓히고, 사회적 관계를 좋게 하는 것, 모두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공동생활이 무너지고 각자가 맡은 역할에 충실하지 않으면 먼지가 쌓인 성당에서 기도해야 하고, 며칠씩 분리되어 있지 않은 쓰레기 더미에서 수도 생활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각자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완벽한 잔소리에 스스로 만족했고, 며칠간은 복도도, 성당도, 쓰레기장도 잘 정돈되고 치워져 있는 모습에 흡족했습니다. 그런데 식사 시간에 말이 줄어든 형제들, 잔소리를 듣기 싫어 힘없이 청소하는 형제들을 보면서 어디서부터 무언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청소. 자신의 자리를 정돈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당연한 일이 무너졌을 땐 모두에게 피해를 주니 공동체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잔소리는 필수적이다. 저는 원장 역할에 매달려 고민을 멈추지 못했고 결국 이런 저의 모습을 묵상 안에서 대면하고 말았습니다. 묵상을 마치자 함께 사는 형제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물밀듯이 몰려왔습니다.

 

이 작은 피정의 집에서 나 혼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모두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예수님께서 제게 속삭여 주신 말씀은 저를 움직였습니다. ‘어떻게 시켜야 할까?’를 고민하는 시간에 스스로 청소하기 시작했고, ‘누가 문단속을 했을까?’라고 걱정하는 시간에 직접 문단속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형제들이 그 일을 먼저 한 날에는 감사함과 대견함이 마음속에 가득 차 올랐습니다. 누군가 빛과 소금이 되어 주길 바랐던 마음을 붙잡아 내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니, 이미 저의 마음 속에서 형제들은 빛과 소금이 되어 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 집에 바꿔야 하고 고쳐야 하고 깨끗이 치워야 할 것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럼 내가 먼저 우리 집의 빛과 소금이 되어 볼까요? 내 주변이 변화되는 놀라운 체험보다, 오히려 내 주변에 빛과 소금들이 상당히 많이 있음에 더 놀라는 시간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 오늘의 묵상 포인트

 

나는 누군가의 빛과 소금이 되고 싶나요?

 


 

 

 

Profile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사제. 미디어 사도직 위원회 위원장를 맡고 있습니다. 사진기로 하느님을 담고, 영상으로 하느님을 전하며, 글로 하느님의 마음을 전하는 수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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