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다정한 평범함에 있다는 것”

영성과 신심

“행복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다정한 평범함에 있다는 것”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복론》을 옮긴 김의태 신부를 만나다

2026. 0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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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세계행복지수에서 대한민국은 57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상위권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이지만, 우리의 행복 순위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과연 진정한 행복은 어디 있는가?” 하고 고민하는 이들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줄곧 이렇게 강조해 왔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라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엮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복론》이 출간되었다. 바쁜 일상에서도 진짜 행복을 다시 묻고 발견하도록 이끄는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김의태 신부를 만나, 오늘날 우리가 행복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눴다.

 


 

신부님 안녕하세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야기하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복론》이 출간되었습니다. 유학 시절에 프란치스코 교황님 선출을 직접 목격하셨다고 들었어요.

 

새로운 교황님은 누구지?’라는 궁금증과 함께, 마치 그물을 던지던 제자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던 것처럼 저도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바티칸 광장으로 무작정 달려갔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이었습니다. 학업도, 체면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그분의 얼굴을 실제로 현장에서 뵙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큰 기대와 설렘도 잠시, 광장을 가득 메운 구름 인파를 뚫고 들어갈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예수님은 보고 싶지만, 군중 뒤에 머물러야 했던 키 작은 자캐오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자캐오가 나무 위에 올라가 예수님을 바라보았듯, 저도 광장 근처 우르바노 대학교 기숙사에 머물던 교구 신학생들의 도움으로 기숙사 옥상에 올라가 교황님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마음속에 먼저 떠오른 감정은 무엇이었나요?

 

그분의 첫인사를 기억하시나요? “Buona sera(좋은 저녁입니다).” 엄숙한 라틴어 강복 대신 건네신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아주 평범한 인사였습니다. 순간, 마음이 무장 해제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안부를 묻는 다정한 평범함에 있다는 것을 교황님의 첫인사말에서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복론》을 통해 교황님은 하느님께서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라신다는 점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하십니다. 혹시 책을 번역하면서 실제로 실천해 봤던 행복 습관이 있었을까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거침없는 행보 때문인지 몰라도, 저는 망설이지 않고 다가가는 습관을 기르려 노력했습니다. 유학 시절, 저만의 생존 모토가 하나 있었는데, 좀 웃기지만 들이대! 들이대!’였습니다. 언어든 공부든, 결국 사람과의 만남 없이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 유쾌한 모토 뒤에는 사실 암흑기가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유학 시절 지독한 외로움과 고립감에 빠져 스스로 미사조차 봉헌하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냉담 사제가 된 것이죠. 그때는 어떤 사람도 만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철저히 혼자 숨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때 깨달았습니다. ‘, 관계가 단절되니 사람이 이렇게까지 불행해지는구나.’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춥고 외로운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으실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 처절했던 고독의 시간을 겪고 나니 교황님께서 왜 그토록 밖으로 나가라”, “인생의 갓길에 멈춰 서 있지 말라”, “구경꾼처럼 세상을 바라보지 말라고 외치시는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실제로 책 번역 기간에는 두 달간 대리운전 기사로 일해 보기도 했습니다. 신앙 공동체 안에서 만나던 삶이 아니라, 사제로서는 만나기 어려운 분들의 삶을 직접 만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거절당하더라도, 조금 어색하더라도 제가 먼저 다가가고 들이대는, 그것이 제가 찾은 가장 확실한 행복의 습관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단순한 언어로 말씀하시지만 그 안에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번역자로서 단순함 속의 깊이를 한국어로 옮길 때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교황님의 언어를 '살 냄새''땀 냄새'가 배어 있는 식탁의 언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교황님의 언어는 바티칸의 도서관이나 신학자의 책상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가, 버스 안, 고통받는 이들의 병상 곁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들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가장 쉬운 말을 선택하신 결과입니다. 그분의 삶 자체가 거리의 언어였으니까요.

 

또한 그분은 높은 강론대가 아니라, 마주 앉은 식탁에서 건네는 언어를 구사하십니다. 교황님의 화법은 친구나 이웃에게 건네는 소소하지만 매력적인 언어입니다. ‘해야 한다’, ‘금지한다는 율법적 언어 대신, ‘우리 같이 해 볼까?’, ‘이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라고 권유하는 초대의 언어입니다.

 

마지막으로 문턱을 낮추는 언어를 구사하셨어요. 교황님은 복잡한 교리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이미지(: 야전 병원, 발코니, 소매를 걷어붙임, 수공예품)로 바꿔서 보여 주십니다. 이는 신앙의 문턱을 낮추어 비신자들도 거부감 없이 하느님의 사랑을 맛보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번역자로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 쉬움의 미학을 해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깊은 진리를 가장 쉬운 그릇에 담아 건네시는 교황님의 배려를, 부족하지만 고스란히 전하고 싶었습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단 하나만 실천해 본다면, 신부님께서는 무엇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입문 과정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은 것은 자신을 향해 웃는 법을 배우십시오.”라는 조언입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의 부족함이나 근심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소중한 존재인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는 것입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심화 과정에 도전해 보십시오. 바로 바쁜 걸음을 멈추고 타인에게 나의 시간을 내어 주는 것입니다.

 

이 책 128쪽을 보면 착한 사마리아인이야기가 나옵니다. 당시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높으신 분들은 부상자를 보고도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들은 너무 바빴고, 부상자를 위해 단 1분도 할애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마리아인은 달랐습니다. 그는 가던 길을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돈뿐만 아니라,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 주었습니다.

 

효율성과 속도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누군가의 아픔을 위해 나의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는 것, 그리고 기꺼이 나의 시간을 내어 주는 것. 저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실천해야 할 멋진 행복의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교황님의 연설, 강론, 기도 등 다양한 장소에서 나눈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번역자의 관점에서 이 책의 가장 명장면을 꼽아 본다면 어디인가요? 그 이유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교회 서적이나 교회 활동 안에서만이 아니라, 신자든 비신자든 우리의 일상 안에서 주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십니다. 책에서는 《단테의 신곡》, 《닥터 지바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약혼자들》, 《반지의 제왕》 같은 문학 작품부터 영화 〈프란치스코, 신의 어릿광대〉, 〈바베트의 만찬〉, 〈길〉, 〈로마, 무방비 도시〉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일상 속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해 줍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359쪽에 등장하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 속 대화를 꼽고 싶습니다. 여기서 교황님은 행복의 주도권을 이야기합니다.

 

악의 세력이 다시 부활했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한 프로도가 이렇게 외칩니다. “이 모든 일이 제가 사는 동안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마 우리 모두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요?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시련이, 왜 하필 지금 이런 힘든 일이 생겼을까하고 말이죠. 그때 간달프가 던지는 대답이 바로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의 해답입니다. “나도 그렇다네. 이런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모든 이가 그렇지.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결정할 일이 아닐세. 우리가 결정해야 할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뿐이라네.”

 

행복은 내 인생에 그림자시련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시련의 시기조차 하느님이 허락하신 주어진 시간임을 받아들이고, 그 시간 안에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 진짜 행복 아닐까요?

 


 

번역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표현이나, 특히 잘 살리고 싶었던 문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각자도생(Si salvi chi può)’, ‘수공예품(Artigianali)’, ‘나는 사랑받는다, 고로 존재한다(Sono amato, dunque esisto)’ 등 정말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교황님께서 만드신 신조어인 Misericordiato(자비를 입었다)’를 꼽고 싶습니다. 이는 라틴어 수동태 분사의 느낌을 살려 자비를 베풂을 당했다라는 뜻인데, 한국어로는 수동태가 자연스럽지 않아 자칫 자비를 받았다정도로 평범하게 표현될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능동적으로 자비를 얻어낸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에게 자비를 입혀 주셨음을 강조하고, 은총의 수동성과 무상성을 표현하기 위해 자비를 입었다라고 번역했습니다.

 


 

만약 유학 시절로 다시 돌아가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가까이에서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로 돌아가서 어떤 말을 건네고 싶으신가요?

 

조금 쑥스러운 질문이긴 한데요.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저는 로마 유학 생활의 마침표를 찍던 날, 박사 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한 바로 그날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마치 시험 잘 본 아이가 아버지에게 자랑하듯 이렇게 외치고 싶습니다. 교황님! 저 해냈습니다! 보십시오!”

 

그리고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왔지만, 무너지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교황님께서 온몸으로 보여 주신 그 기쁨덕분이었습니다. 행복은 스마트폰 앱처럼 버튼 하나로 손쉽게 내려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행복은 낯선 이에게 먼저 다가가고, 깨지고, 다시 용서하며 땀 흘려 만들어 가는 구체적인 행동임을 배웠습니다. 교황님 덕분에 저는 비로소 행복한 사제임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아마 교황님께서는 그 특유의 인자한 미소로 제 어깨를 두드리며 ‘Bravo(잘했다)!’라고 말씀해 주지 않으셨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듣기 좋은 BGM을 추천해 주세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소문난 클래식 애호가이십니다. 교황님은 종종 모차르트의 미사곡이나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영적인 기쁨을 얻으신다고 했죠. 웅장한 클래식을 들으며 이 책을 읽는다면 교황님의 깊은 영성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을 겁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선율은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시네마 천국> OST ‘Love Theme’입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마치 로마의 오래된 골목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첼로와 바이올린의 선율이 아주 따뜻하고 서정적인데, 그 느낌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우리를 바라보시는 그 따스한 눈길과 닮아 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듣고 있으면 고개 들어! 하늘을 봐!’라고 말씀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날이나 조용한 저녁,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이 음악을 틀어 놓고 책장을 넘겨 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책을 번역하며, 신부님의 세계관이나 생각에 변화가 있었다면,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나요?

 

저는 늘 관망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교황님이 지나가셔도, 기쁜 일이 있어도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보기만 했죠. 하지만 이 책은 망설이고 주저하는 저에게 당신은 인생의 벤치 선수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번역을 마친 지금, 저는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닙니다. 제 삶의 주인공이 되어, 행복을 향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으로 변화하려 노력합니다. 그래서 현재 신학교에서 신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여러분이야말로 양성의 주인공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성소에 대해 망설이기보다 자신 있게 도전하는 주도적인 신학생들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우리 신학생들이 다가올 어둠과 상처에 두려워하지 말고, 주저하는 마음을 떨쳐내고 다시 일어나 하늘을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2026년 새해, 신부님께서 이루고 싶은 꿈이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지 공유해 주세요.

 

이 책을 읽으신 모든 분이 각자의 행복 나침반을 찾게 되기를 꿈꿉니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오늘 하루 나를 향해 웃어 주고, 곁에 있는 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구체적인 사랑을 실천하며 매일 조금씩 더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2026년에는 이 책이 전해 준 행복의 기운을 안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웃으며, 제 삶을 기쁨의 축제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우리가 사랑한 교황의 마지막 선물,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복론》을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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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깊이를 더하고, 삶의 영감을 주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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